조각들

UX 디자인 수업 들었던 게 최근 같은데 벌써 1년 전이고, 3-2학기는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만큼 빠르게 시간이 지났다.

12시가 지났으니, 어제는 시험 2개를 마지막으로 종강을 하는 날이었는데 실감이 안 난다.
장기 현장 실습으로 학점 채우면 졸업 요건을 다 갖추는 것이니
내가 학교 다니면서 어떤 과목을 공부하고 시험을 보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다.

내게 학교는 정말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간이다.

문득 독서실 총무로 있던 지수 누나가 해줬던 말이 생각난다.
지금의 내가 딱 그때 누나의 시기일 텐데

누나가 나한테 누나도 1,2학년 때까진 학교 다니는 게 재밌고 좋았다고, 그 마음 오래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그 말에 공감을 하게 됐다. 지금은 썩 재밌진 않다. 

이것도 5년 전 일이라니 군대 때문에 사라져버린 2년이 너무 크다.

뭐만 했다하면 4~5년 전 일인데 그럴만하다.
복학 후 쭉 비대면으로 강의를 들어왔으니 나한테 학교에 대한 기억은 4,5년 전이 전부이니까.

오늘 도서관에서, 또 캠퍼스를 걸었는데 4,5년 전에 봤던 사람들이 오버랩돼서 보였다.
그때의 분위기, 그때의 사람들, 아직도 내 눈에 생생한데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그때 놓쳐버린, 소홀하고 거칠게 대한 관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가 그때 그 사람들과, 그 상황들을 다시 마주한다면?"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대학에서 공부했던 시간들이 결코 가볍진 않았다.
매학기 번아웃의 경계를 넘나들며 내 capacity를 가득 채우도록 몰아쳤고
시험 기간에는 잠을 못자서 몸이 고장난 것 같고, 토할 것만 같은 느낌에 익숙했다.
당장 어제도 그랬다.

시간 투자도 많이 필요했다. 다른 걸 할 여지도 없었다.

근데 이 모든 것들이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마냥,
멍하게 신기루처럼 지나간 것 같다.

허하다.

수능 끝나면 허탈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게 이런 느낌이었나.
그때의 나도 이 감정을 느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