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을 한 달 내내 곱씹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유님 콘서트 가보고싶다." 정도였는데 티켓팅에 성공하고 나니까 공연 당일에 펼쳐질 전경들이 눈에 밟히면서 기대감이 부풀었다.
잠실주경기장에서 공연을 봐본 적이 없는데 시야가 너무 안 좋을까봐 쌍안경을 샀고 응원봉도 구입했다. 인상 깊었던 건, 응원봉 전용 어플이 있었는데 페어링을 하면 공연 때 자동 연출이 됐던 것이다.
나도 상품을 만들어서 팔고 서비스를 개발해본 경험이 있는데 이런 건 제작자가 컨텐츠에 대해 능동적으로 고민하지 않으면 만들어낼 수 없다. 능동적인 고민은 진심에서 나온다. 그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첫 공연 며칠전부터 잠실주경기장에서 연습하는 영상들이 유튜브에 종종 올라왔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느낌이었고 공연 직전에는 너무 긴장을 했다. 내가 공연을 하는 것도 아닌데 변수가 생길까봐 반나절은 예민해져있었다. 그만큼 기대를 많이 하고 손 꼽아 기다려온 일정이었다.
공연장에 1시간 일찍 도착했는데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와있었다. 서둘러 md 부스에 방문했는데 키오스크로 선결제를 하고 영수증을 받으면 굿즈와 교환해주는 식이었다. 사람들이 많았지만 덕분에 정말 간결하게 구매를 할 수 있었다.
나는 키링을 구입했다. 가방에 달고 다닐 생각이다.
띠부씰을 받고,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었다. 이후 좌석을 찾아 들어가려고 하는데 사람이 많아서 이것도 한참 걸렸다. 입장할 때 아이유님 어머니께서 준비해주셨다는 방석을 받았다. 사람이 8만명이 넘는데 이걸 모두 준비해주신 것, 그리고 기꺼이 인력을 구성해서 사람들이 받아갈 수 있게 도와주신 스태프분들 모두에게 감동을 받았다.
드디어 공연장 내부로 들어섰다. 시야는 생각보다 좋았고 시야 방해도 없었다. 하지만 자리는 좀 협소했다. 공연 보면서 불편한 건 없었지만 가만히 있지 않으면 앞, 옆 사람들과 몸이 스치곤 했다. 등받이도 없었다. 이걸 미리 알고 나는 커블 체어를 가져갔다.
이번 콘서트 이름은 '골든아워'인데 모래시계 이미지가 스크린에 있었고 오르골이 배경 음악으로 깔려 나오고 있었다.
7시 정각이 되자 페어링된 응원봉에 불이 들어왔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연 내내 정말 좋았다. 음원으로 듣는 것과 라이브 세션으로 듣는 건 차이가 컸다. 음향도 좋았다. 악기 소리에 보컬이 묻힌다거나, 소리가 너무 울린다거나 경기장 규모가 큰 만큼 여러 이슈가 있었을 것 같은데 완벽했다. 웅장했고 초대 가수를 부르는 학교 축제 공연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래서 콘서트를 오는구나"싶었다.
공연을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유님은 앨범 활동이 활발한 편이다. 여러 방송이나 인터뷰를 보면 일 중독의 느낌도 난다. 어떤 결과를 내놓는 것과 성취에 대한 욕심, 갈망이 큰 사람처럼 보였다.
덕분에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곧 졸업을 앞둔 지금 시점까지 매년 아이유님의 음악과 함께 자라왔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소꿉친구 같은 느낌인데 내가 스물다섯이 됐듯, 아이유님도 올해 서른이다.
그동안 노래 스타일도 많이 바뀌었는데 하루 끝, 너랑 나 등 셋리스트가 하나씩 진행될 때마다 이제는 조금 흐릿해진 나의 옛날로부터 현재로 하나씩 거슬러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딱 어제가 데뷔 14주년이라고 하셨는데 기분이 묘했다. 내가 훨씬 어리고 동생이지만, 부모의 마음이 된 것 같았다. 대견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면서 그동안 고생도 많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유님 아버지가 엄청 무뚝뚝하신 편인데 어제는 첫 공연 후 전화 통화하고나서 우셨다고 했다. 글과 말로는 다 표현을 못한다. 아마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 울음에 공감하지 않았을까.
매년 당연하게 곡을 내고 소식을 들어왔는데 앞으로도 본인만 괜찮다면, 지금처럼 당연하게 소식을 들려주었으면, 계속 있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시간이 늦어지면 민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공연을 일찍 접어야 했다는 것이다. 아이유님은 원래 앵콜이 긴 가수로 알려져있다. 아쉬우셨는지, 아이유님도 "한 시간 반 정도는 더 노래할 수 있는 컨디션인데"라는 말을 하셨다.
꿈 같은 시간이었다. 암표 근절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하셨는데 나도 직접 예매를 함으로써 손을 보탠 것 같아 더 뿌듯하게 공연을 즐기고 올 수 있었다.
만약 내년에 콘서트를 한다면 또 가고 싶다. 빠지면 매우 섭섭할 것 같다. 팬클럽에 가입을 해볼까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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