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의 스케치북이 폐지되고 후속 프로그램이 언제쯤 나올까, 나오기는 할까 궁금했는데 어느샌가 박재범님이 프로그램을 새로 진행하고 계셨다.
경쟁률이 세다고 들었는데 운 좋게 한 번에 당첨됐다. 이번 회차는 27 대 1이었다고 한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청을 포함하면 이번이 5번째다.
나는 자유석으로 신청했다. 지정석은 오전에 표 받으러 올 여유가 없는 직장인들에게 좋을 것 같고 대학생이라 시간적 여유가 있는 내 입장에서는 자유석이 더 좋다. 일단 더 가깝고, 나는 지정석과 자유석 둘 다 당첨돼봤는데 이 가까움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지정석은 다소 거리가 있어서 "어 저기 공연하네" 이런 느낌이라면 자유석은 출연진과 교감을 하는 느낌이다.
그동안 유희열님의 진행은 노련하고 깔끔했었다면 박재범님은 조금 서툴고 raw하지만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가장 최근에 공연을 본 게 작년 9월에 있던 아이유님 콘서트인데 반년만에 오프라인 공연을 보니 좋았다. 오프닝 때는 무기력함에 빠져있던 내가 깨워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 중 한 명이 권진아님인데 첫 게스트로 나오셨다. 라이브를 듣고싶어서 공연도 가볼까 싶었는데 운 좋게 기회가 됐다.
그다음으로는 레트로 밴드 구만이 나왔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장점 중 하나는 무명 아티스트들을 종종 소개해준다는 것이었는데 박재범의 드라이브에서는 아예 이것만을 위한 컨텐츠가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제이홉님이 나오셨다. 다들 어떻게 알고 왔는지 공연장 내에 응원봉이 꽤 많이 보였다. 어쩐지 오전에 표 받으러 왔을 때 엄청 일찍부터 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이유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편에서는 특별하게 박재범님과 제이홉님이 관객석에서 인터뷰를 하셨는데 내 바로 뒷뒷자리였어서 정말 바로 눈 앞에서 봤다. 그 어떤 공연장 1열보다도 가까웠을 것이다. 게임 캐릭터 같은 실존 인물이 내 앞에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났다.
자기 분야가 있고 괄목할만한 결과까지 이뤄냈다는 게 부러웠고 대단했다.
맥락 없지만 요즘 고민하는 게 있었다. "결과가 안 나왔을 때 억울할만큼 열심히 했는가?"라는 질문에 지금의 나는 "아니오"라는 답이 나온다.
억울함보다는 답답함이다. 군대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라곤 하지만 26살인데 아직까지도 가시적인 결과를 못내고 있다. 내가 봐왔던 형들과 같은 나이가 되었는데 나는 그들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순간 나를 질책할 뻔 했는데 자세히 돌아보니 그동안의 나는 열심히 하긴 했다. 명백하다. 복학 후 매 학기가 끝나갈 때마다 번아웃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의심의 시선으로 바라봐도 "나는 열심히 했다."라는 답을 얻어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다만, 그동안 해왔던 전공 공부와 지금의 진로가 연결이 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번 여름까지의 목표는 결과가 안 나왔을 때 억울함을 느낄만큼 열심히 해보는 것이다.
내가 환경적으로 안정이 되고 났을 때 다른 걸 진지하게 건드려볼 수 있을 것 같다. 중심을 잡아놓고 더 늦기 전에 숙제처럼 느껴지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고싶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박재범의 드라이브를 다녀오면 용기를 얻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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