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들

 
콘서트는 한 번 갔다올 때마다 정말 큰 에너지를 얻고 온다. 가끔은 용기를 얻어 오기도 한다.
 
4월 말에 티켓팅을 했는데 벌써 2달이 지났다. 사람이 좀 몰릴 것 같아 일찍 나왔다. 지난번엔 주경기장을 찾는 길이 꽤 복잡했었는데 이번에는 지하철 타고 금방 왔다. "뭐지? 지난번엔 어떻게 왔길래 힘들었던 거지?" 생각을 해보니 그때는 동아리 면접 끝나고 강남에서 버스를 타고 왔었다. 그래서 동선이 달랐다. 
 
정말 좋은 기억이 깃들어 있는 작년의 동선을 그대로 밟았으면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니었을까.
 

 

 
포토존이 없을 줄 알았는데 있었다. 1시간 정도를 땡볕에 서서 기다렸는데 재밌는 장면이 있었다.
 
사진 찍을 순서가 다가올수록 앞에 서계시던 분들이 쓰고 있던 우산을 뒤로 넘겨주셨다. 햇빛이 너무 드세다보니 기다리는 동안 우산을 사서 썼던 건데 사진을 찍고나면 짐이 되니 그냥 뒤에 분들 햇빛 피하시라고 넘겨주시는 거였다.
 
스무살 때 홍콩 디즈니랜드에서 햇빛 피하려고 우산을 펼쳤었는데 그때 내 옆에 있던 분이 우산 안으로 들어와도 되냐고 물어봤던 게 기억났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두근대고 설레는데 나는 벌써 스물여섯이다.
 
 

 
너무 일찍온 탓인지 1시간 정도를 앉아서 기다렸는데 지난번 아이유 콘서트 때와 거의 같은 시야였다. 지난번에 충분히 너무 좋았었어서 큰 상관은 없었다.
 
암표를 산다면 더 좋은 자리에 갈 수는 있겠으나 추억될 순간을 내가 직접 쟁취한다는 게 의미가 더 크다.
 
 

 
8시가 조금 넘어서 공연이 시작 됐다. 다녀온 사람들은 완전 축제 분위기던데 나는 조금의 아쉬움이 있었다.
소리 해상도가 떨어지고 보컬이 악기 소리에 묻히는 느낌이었다. 떼창이 나오면 더 잘 안 들렸다. 그래도 분위기는 좋았다. 가히 대단했다. 아이유 콘서트 때는 감동을 받았다면 이번 브루노 마스 콘서트에선 충격을 받았다. 
 

 

 
아이유 콘서트에선 "정말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가며 열심히 준비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면
브루노 마스는 마실 나온 듯한 느낌이었는데 이 부분이 인상 깊었다. 나름 국내 최대 규모 공연장인데 브루노에겐 귀여워 보였을까.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자유로워 보이는 스타일링 덕에 이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마지막 업타운 펑크 때 휴대폰 용량이 다 차는 탓에 영상을 못찍어서 아쉬웠는데 슬기님 인스타에 영상이 올라왔길래 슬쩍 캡쳐했다. 스토리에 남겨놓고 나중에 보관함에서 모아보면 따로 일기를 적지 않아도 1년을 돌아볼 수 있다.
 
이렇게 보니 확실히 중앙 시야가 좋긴 하다. 기억에 남는 건, 공식적으로 스탠딩이 없었는데 마지막 쯤엔 다들 좌석에서 다 일어나 공연을 봤다는 것이다. 
 
공연 시간은 1시간 반 정도 됐다. 한국은 수익성이 떨어져서 팝 가수들이 아시아 투어 돌 때 잘 안 온다고 하던데 좋은 경험이었다. 다음엔 지인들이랑 같이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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