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들

최근에 저랑 15년째 함께하고 있는 강아지가 검사 결과가 안 좋게 나와서 수술을 해야될 수도 있다는 소견을 받았어요.

안 찾아본 글, 영상이 없을 정도로 며칠을 잠 못자면서 병원 알아보고 검색해보고 그랬는데요.

제 경험이 다른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해서 글을 남기려고 해요.

먼저 저희 집 아롱이는 올해로 15살, 믹스견, 5.8kg, 중성화를 한 여아예요.

몇주 전에 갑자기 밥을 잘 안 먹길래 (그와중에 간식은 또 잘 먹음) 동네 동물병원에 데려갔는데 입 안에서 혹이 하나가 발견됐어요. 이전까지는 못봤던 건데 밥을 못 먹기 시작한 최근 일주일 사이에 생긴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어요.

양성은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줄 수는 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악성은 흔히 말하는 암이에요.

양성은 일반적으로 크기가 자라는 정도가 빠르지 않고 적정 수준만큼 커지다 만다고 하는데
악성은 급속하게 크기가 커지고 상대적으로 흑색을 띤다고 합니다.

또 양성은 전이가 되지 않지만, 악성은 전이가 되므로 만약 악성이라면 빠른 처치가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이를 위해서는 우선 양성인지 악성인지 판별이 필요한데,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바늘로 일부분을 채취해서 조직 검사를 하는 것이고, 다른 방법은 수술을 통해 해당 부분을 절제해서 조직 검사를 의뢰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강아지가 저항이 너무 심해서 전자도 마취 없이는 진행 못하는 상태였어요.

위험 부담이 너무 큰 걸 알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일단은 의사선생님의 처방에 따라 항생제랑 염증 가라 앉히는 주사 맞고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어요.

그런데 지켜보는 동안 혹시나 예후가 안 좋다면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도와주고 싶었기 때문에 알아보는 건 계속했어요.

의사선생님마다 진단이 다를 수 있어서 이 병원 저 병원에 전화로 상담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친절하게 시간 써서 상담해주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여러군데 전화해보시는 걸 추천해요.

아롱이 상태를 직접 보고 말씀해주시는 게 아니기 때문에 비약이 있을 수 있으나 어떤 병원은 그냥 아예 처음부터 초음파로 전이 여부 확인하고 확인이 되는 대로 바로 수술을 해야 한다는 병원도 있었고, 어떤 병원은 구강에 생긴 혹은 악성일 가능성도 있는데 초음파로는 잘 안 보이니까 2차 병원가서 ct 먼저 찍어보고 오라는 병원도 있었어요.

혹시나 마취를 해야 한다면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24시 동물병원에서 진료, 처치를 받으라는 (의사선생님의) 조언도 받았어요.

일단은 달리 방법이 없어서 24시 동물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의사선생님께서 저희 강아지의 경우는 치은종일 확률이 높다고 하셨어요.

이빨과 이빨 사이에 혹이 생긴 거였는데, 이빨 때문에 자극이 돼서 부어오른 것이고 흔한 거라고 하셨어요.

그 선생님의 진단이 100% 맞다는 보장은 없지만 일단은 길이 하나 열린 느낌이어서 안심이 좀 됐고, 제가 걱정했던 마취 후 여러 검사들로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당장은 필요 없게 됐어요.

병원에 온 김에 혈액 검사랑 x-ray도 촬영했어요.
강아지가 겁이 너무 많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하는 것 같아서 검사 결과는 나중에 따로 제가 방문해서 설명을 들으려고 했어요.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그냥 유선으로 설명해주신다고 하셨고, 안내를 받았는데 간이랑 담낭 쪽이 안 좋아보이는데 특히 간은 측정이 안 될 정도로 수치가 높아서 간 염증이나 최악의 경우엔 간 종양일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2차 병원에 가서 정밀 초음파로 검사 한 번 받아보라는 조언도 해주셨어요.

그런데 일단은 이런저런 검사로 너무 무리를 시킨 것 같아 더 이상 검사를 진행하지 않고 2주 정도 지켜봤는데 밥도 잘 먹고 기력도 좋아졌고 배변, 배뇨 활동에 문제 없고 잠도 잘 잤어요.

입 안에 났던 혹은 거의 다 가라 앉았고 조금 전 소개드렸던 병원 선생님이 진단해주신 치은종이었던 거죠.

그래도 간 수치가 측정이 안 될 정도로 높다는 게 불안해서 병원을 한 번 더 방문했어요. 이때는 24시 동물병원 말고, 제가 살고 있는 군자역 근처에 스마트 동물병원에 찾아갔어요. 전에 갔던 병원은 고덕역 근처에 있는 24시 동물병원이었는데 거리가 너무 멀어서 강아지가 너무 힘들어했기 때문이에요.

먼저 유선 상담을 부탁드렸는데 타병원에서 검사했던 것들도 참고해보신다면서 그 병원들에 직접 연락해서 자료 받아와주시고 소견을 말씀해주셨어요. 비용을 지불한 것도 아니고 초면인데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게 너무 감사했어요.

강아지가 겁이 많다고 말씀드렸더니 한 번의 내원으로 필요한 검사를 다 해볼 수 있도록 스케줄을 짜주셨고, 타병원 진료 기록을 상세 설명해주시는데 "어떻게 이런 것도 안 알려줄 수가 있지?"라고 하시면서 꼼꼼히 봐주셨어요.

사실 의사선생님께서 먼저 설명해주시지 않는 이상 비전문가인 견주들은 뭐가 잘못됐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생각해보니 x-ray 촬영을 해놓고 의사선생님이 특별한 말씀 없으시길래 문제 없는 줄 알았는데 x-ray 상에서 소간증, 앞다리 탈구, 담낭 결석이 의심된다는 소견도 받았어요.

이걸 말 안 해줬다는 사실에 전 병원에 대한 배신감이 들었어요. “진짜 대충하는구나" 싶었죠. 전 병원도 그냥 간 게 아니라 그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블로그, 인스타 다 찾아보고 간 거였고

특히 그 병원은, 마이펫 플러스랑 제휴 관계여서 더 믿고 간 거였는데 말이에요. (선생님들께서 이익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병원비 때문에 버려지는 동물들을 줄이고자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 선생님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는 할 수 있는 거지만, 실수라고 보기엔 너무 기본적인 것도 설명 없이 넘어가서 화가 좀 났습니다. 2주 동안 아롱이를 지켜봤는데 제 체감으로는 물도 좀 많이 마시는 것 같고, 그만큼 배뇨 활동도 많고 식탐도 최근 들어서 늘어난 것 같았어요. 검색해보니 다음, 다뇨, 다식이 쿠싱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이라고 하더라고요. 황달도 증상 중 하나라는데 황달은 없었지만 나이가 많은 만큼 혹시 몰라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1kg당 100ml의 물을 마시면 다음증을 의심한다고 하더라고요.(의사 선생님도 보통 그 정도를 기준으로 잡는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아롱이는 5~6kg니까 500ml 이상을 마시는지 계량컵으로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하루 음수량이 200ml 이하인 것 같아서 다음증은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이 부분도 선생님께 말씀드렸고, 호르몬 검사를 통해 확인해보기로 했어요.

간 수치가 높은 것에 대해서는 x-ray로 봤을 때 아롱이는 보통 강아지보다 간이 1/2 정도 크기였어요. 선천적으로 간이 작아서 간수치가 높게 나오는 것이거나 기형 혈관을 통해 혈액이 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심장으로 가는 PSS의 경우가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암모니아 검사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혈액 검사 결과 아롱이는 선천적으로 간이 작은 경우일 확률이 높다고 진단 받았습니다. 2주 전에는 간수치가 너무 높아서 측정이 안 될 정도였고 그때 ㄱㄷ24시 동물병원 선생님은 일시적인 무언가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수치를 벗어났다면서 분명 어떤 특정 요인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측정이 됐고, 초음파 검사를 해봤는데도 종양 등 다른 특이점이 있다는 소견은 없었어요.

제 생각에는 첫번째로 갔던 병원에서 항생제 약 주고 주사를 놔줬던 게 간이 작은 아롱이에게 많이 무리가 되어 간수치가 매우 높게 나왔던 것 같습니다. 약을 일주일치 처방해주셨는데 애가 먹일수록 기력이 떨어지길래 하루 이틀 정도만 먹이고 안 먹였거든요. (간에 무리가 갈수록 금방 피곤해진다고 합니다.)
계속 먹였으면 애를 더 힘들게 할 뻔 했어요. 초음파 검사 결과 담낭 결석도 확인을 했는데, 결석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슬러지 없이 깨끗하다는 진단을 박았습니다. 담낭 결석은 수술 외에는 방법이 없는데 검색을 해보니 수술을 해도 재발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아롱이는 나이가 많은 만큼, 간이랑 담낭 쪽 보조제 처방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먹이면 먹일수록 몸에 부담이 가는 약도 있는데 이거는 도움이 됐으면 됐지 몸에 부담가는 건 전혀 없다는 말씀도 해주셨어요.

또 위에 못적었는데 여러 병원에 마취 관련 문의하던 중, (몸 상태를 확인 후 마취를 하기 따문에) 마취 자체로 사망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마취 이후 합병증이 더 위험하다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어떤 연구 결과에 의하면 마취 자체로 사망하는 경우는 1%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구글링해보니 마취했다가 못깨어났다는 글이 꽤 많이 보여서 체감은 더 높았습니다. 주저리 글을 썼는데 정리를 해보자면 - 다음, 다뇨, 다식, 황달일 경우 쿠싱 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는데 이때 다음은 1kg당 100ml 이상 음수를 기준으로 한다. 쿠싱 증후군은 호르몬 검사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 x-ray가 생각보다 구체적인 소견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종양, 탈구, 간소 및 간 비대, 결석 등 확인이 가능하다.

- 한 병원을 너무 맹신하지 말고 여러 병원에 유선 상담을 해서 선생님들의 소견을 종합해서 판단을 내리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