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취

2년차에 들어서는 1년차의 회고 (feat. 근황)

끄공 2024. 12. 7. 18:00

회사에 들어온지 곧 2주가 되고 이번달이 지나면 2년차에 접어듭니다.
'개발자취'라는 카테고리는 개발+발자취의 합성어로 개발자로서 제가 걸어온 길을 기록으로 남기는 공간입니다. 


신입 생활

코드 파악 어려움

실무에서 몇년간 쌓여온 만큼 볼륨이 크고 depth가 깊은 코드가 많았는데 당시 신입이었던 저에겐 팔로업이 쉽지 않았습니다.

xml에 렌더링 프리뷰가 없는 경우엔 어떤 뷰인지 바로 파악이 안 돼서 헤맸던 기억도 납니다.
 
그리고 자기가 작성한 코드도 몇달 지나면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주요 로직들이 함수가 너무 길게 작성돼있어서 큰 맥락을 바로 파악할 수가 없었고 각 잡고 뜯어봐야 했었습니다. 함수 분리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꼈습니다.
 

업무 생산성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민

또 저는 디버깅을 할 때 매번 로그를 찍어서 보곤 했는데 빌드 한 번에 7~8분씩 걸리는 환경에선 썩 좋은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곧 작업 시간 지연으로 연결됐고 디버깅 툴의 활용 필요성을 느끼게 됐습니다.  
 
작업의 우선 순위를 잘 나눠 병목을 줄이는 고민도 필요했고 slack을 쓸 땐 어떻게 하면 가독성을 챙기면서도 내용을 충분히 자세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습니다.  
 

엣지 케이스에 대한 고려

마인드셋에서도 지금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개발자는 기본적으로 요구받은 명세를 기반으로 작업을 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기획이나 디자인 하시는 분들은 정적인 화면을 주로 다루다보니 디테일함이나 엣지 케이스에 대한 고려가 누락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땐 누락이 됐으면 누락이 된대로 그저 요구받은대로만 작업을 했었는데 사수분께 많이 혼났습니다 ㅎㅎ.
 
다른 파트에 문제가 생겨도 우린 터지면 안 된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이때부터 (성공 케이스 구현은 당연하고) 다양한 엣지 케이스에 대해 능동적으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기획서를 받으면 누락된 부분을 검토하고 챙겨가려 하고 있습니다. 
 

종합 평가

먼저 취업한 선배님들이 사수 유무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그 말에 공감이 됩니다.
 
요즘 개발을 잘 한다는 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데 거창한 무언가보단 담백함, 꼼꼼함으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꼼꼼하신 사수 분을 만나 1년 새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직 후

온보딩 중

 
한편 이직을 한지 곧 2주가 됩니다. 그 새 회식도 했습니다.
친절하신 동료분들이 가득한 환경이어서 잘 적응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대학교 새내기 때 통학으로 왕복 4시간이 걸리는데도 학교 가는 게 재밌고 설렜었는데 그때가 생각이 나네요.
 

블프

 
아직 온보딩 기간이라 코드 파악에 시간을 주로 쓰고 있어 본격적으로 업무를 하고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회사가 커머스, 그 중에서도 패션 쪽 도메인이다보니 얼마 전이 블프 기간이었습니다.
 
매일 거래액 현황을 라운지 스크린에 띄워놓고 목표 달성 시 추첨으로 선물을 제공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피맥 파티를 했는데요. 특정 시즌에 회사 차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바빠지는 게 신기했고 재밌었습니다.
 

나를 새롭게 알아가는 중

 

앱이 예쁜지

요즘 크게 느끼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앱이 예쁜지'가 저에게 생각보다 큰 의미라는 것입니다.
 
입사하기 전부터 지그재그 앱이 예쁘고 쾌적하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습니다. 사용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회사라는 게 느껴졌었는데 들어와서보니 체감이 됐습니다.
 
첫 과제로 레이아웃 성능 개선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코드 파악에 더 의의가 있는 과제라고 말씀은 해주셨지만 이미 잘 돌아가고 있는 기능이고 특히나 주요 로직이 아닌 xml은 잘 안 볼 수도 있을 텐데 이러한 시도가 이루어진다는 것 자체가 저에겐 인상 깊었습니다.
 
어쩌다보니 개발을 하고 있지만 저는 일찍이 UX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패기 넘치게 디자인과 교수님께 연락을 드려서 UX 디자인 수업을 수강한 경험이 있습니다. 30~40명 되는 인원이 다 디자인과 전공생들이었고 저 혼자 공대생이었습니다. 그때는 제가 디자이너가 될 줄 알았어요.
 
이제는 기술을 다루니 디자인과는 조금 다른 결이지만 '사용자에게 쾌적한 환경과 편의를 제공한다'는 목적은 같으므로 "돌고 돌아 결국 내가 관심 있었던 일을 하게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동안 몰랐다가 이 회사에 와서 자각을 하게 됐습니다.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한편, 주변 지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이다보니 더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저를 '앱 개발자'보다는 '플랫폼 개발자'라고 정의하고 싶은데요.
 
저는 옷이라는 게 어떤 사람의 순간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직접 옷을 만들거나 팔 수는 없지만 사용자들이 그러한 '특별함'과 맞닿을 수 있게 환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택배를 기다리고 뜯어볼 때의 '설렘'까지 전달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보람차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적고보니 MBTI에 N이나 F가 들어갈 것 같지만 저는 S, T 입니다.)
 
이전에는 회사의 도메인이나 서비스보단 기술적인 부분에 주로 관심이 쏠렸었습니다. 개발자가 하는 일이 다 비슷하지 않겠나 싶어서였는데요. 이번 이직 전후로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가 저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새로 알게됐습니다.


사담 및 앞으로의 계획

개발자는 한 곳으로 

 
개발자들은 강남 아니면 판교에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판교에 온다고 하니 주변에서 밥 한 번 먹자는 연락을 많이 받았습니다. 
최근엔 같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동생이랑 점심을 먹었는데 선물을 받았습니다! (야호) 
 

앞으로는

 
사진을 안 찍은지 하도 오래돼서 프로필 사진을 찍고 왔습니다. 27살 막바지의 기록입니다.
 
팀에서 제가 막내인 것 같은데 연차가 높으신 분들이 많아서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소극적이게 될까 싶어 이 생각을 경계하려고 합니다. 
 
이직을 했다고 일상에 변화가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여전히 공부해야 할 게 넘치는데 내년에도 올해처럼 그것들을 챙겨보려 시간을 쓸 것이며 지금 나이에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도 놓치지 않으려 취미 생활도 열심히 해볼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하루 몇장씩이라도 꾸준히 독서를 해볼 생각이고 기타 연습도 열심히 해서 밴드 팀원들이랑 공연도 잘 해보고 싶습니다 :)